그런 의미에서 그냥 듣고 흘려도 되는 리뷰를 정리해 봄. 이런 리뷰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1) 이 리뷰를 그대로 떼다가 다른 작품에 달아도 눈치챌 수 없음 2)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 작품을 읽은 나의 심정을 적음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구체적인 예시를 짚어 보면 이해하기 쉬움.
예시 1. 시간 아까워요, 괜히 끝까지 봤어요, 차라리 다른 데 시간을 투자할걸 그랬어요 > 영양가 없는 리뷰의 대표격입니다. 그래서 왜 시간이 아까웠단 건지, 왜 괜히 끝까지 봤다는 건지, 다른 데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었으면 구체적으로 뭘 할 생각이었는지 정보값이랄 게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저 독자분은 저런 리뷰를 남길 권리가 있습니다. 글을 읽었는데 허무하고 남는 게 없으면 당연히 그렇게 적겠지요. 그런데 작가가 그걸 보고 '내 글은 시간 아까운 글이구나!'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좀 곤란하단 말입니다. 왜냐면 작가는 저 '시간 아깝다'의 기준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킹갓제너럴충무공마제스티아무튼개쩌는 급의 글을 읽어야 시간이 안 아깝다고 느끼는 독자가 적당히 중상급의 책을 읽었다면 시간 아까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함을 원하는 독자가 잔잔하고 느긋한 템포의 글을 읽으면 시간 아깝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기준은 다양합니다.
독자의 기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저 '시간 아깝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란 어렵습니다. 진짜 시간이 아까운 급의 저질 글이란 뜻인지, 아니면 '내 취향이 아닌데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라는 뜻인지 작가의 입장에선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스루하는 것뿐.
이렇게 독자의 주관적인 심정을 담은 글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작가에게도 좋고 아마 독자 본인도 그걸 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유사한 리뷰로는 [책장이 잘 안 넘어가요] [이 책을 산 과거의 저 자신이 원망스러워요] [언제쯤 재미있어질지 모르겠어요] 기타 등등이 있습니다.
이 독자가 어떤 책을 읽을 때 책장이 잘 넘어가는지 모름 / 이 독자가 어떤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샀는지 모름 / 이 독자가 어떤 요소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모름... 기타등등 모르는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리뷰들은 그냥 '리뷰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게 맞음.
아니 물론 독자가 글을 딱 읽었는데 글에 개연성이 없어 보이고 캐릭터도 종이인형 같고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그런 리뷰를 썼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뭐냐, 세상에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큼 개연성이 섬세하고 캐릭터가 매력 있는 소설은 잘 없다는 점입니다.
당장 어디 베스트셀러 같은 데 가서 별점 낮은 순으로 정렬한 다음 잘 살펴보세요. 특히 장르소설. [글에 개연성이 없어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네요] 이런 문장은 진짜 어떤 소설을 보든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작가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단점이라 이겁니다.
게다가 이런 리뷰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런 말은 솔직히 좀 넘겨짚기인데. 이런 식의 리뷰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는, [안 읽은 사람이 아무렇게나 지어내도 이 정도 리뷰는 쓸 수 있다]라는 점입니다. 당장 제가 아무 베스트셀러나 잡아서 첫 페이지조차 펼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리뷰인데요.
[주인공의 매력을 표현하고자 노력하신 것 같은데 작위적이고 와닿지도 않네요. 주변 인물들도 종이인형 같고, 나름대로 열심히 쓴다고는 쓰셨지만 사건의 개연성도 엉망진창입니다. 문체도 다소 유치한 면이 있고요.] 제가 이렇게 쓴 다음 아무 작품 리뷰란에나 복붙해도 아무도 눈치 못 챌걸요.
심지어 공감하는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맞아요 저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딱 맞는지!' 이러고요. 단 한 글자도 읽지 않고 쓴 리뷰가 실제로 글을 읽은 독자에게 공감을 받는 거죠. 왜냐면, 작정하고 단점 찾아 들어가기 시작하면 세상에 안 이런 글이 없거든요.
이게 일종의 [리뷰계의 바넘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튼 이런 식의 리뷰에도 과하게 휩쓸리는 건 좋지 않습니다. 다른 책의 리뷰에도 다 달릴 법한 단점이 언급된 리뷰는 굳이 참고하려 들지 마세요. 너무 추상적인 내용이라 그게 설령 맞는 말이라 쳐도 작가에게 도움은 안 됩니다.
원문이 알티를 많이 타서 가볍게 추가. 이건 독자분들에게 '이런 리뷰 쓰지 마세요'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독자분들은 그냥 쓰고 싶은 리뷰를 자유롭게 쓰셨으면 좋겠어요. 마치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올리듯이요. 이 트윗은 작가가 자기 글 리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문제입니다.
무료연재를 하든 출간을 하든, 거기 달린 리뷰에 일희일비하면서 마음을 졸이다간 자기 멘탈을 챙기기도 어렵고 글을 오래 쓰지도 못합니다. 소위 말하는 '악플'이 아니더라도 작가는 리뷰를 보면서 멘탈이 깨지기 쉬운데, 멘탈을 잘 챙겨 가면서 글을 쓰는 요령을 익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